크리스티나와의 짧은 대화 후
방금 도서관에서 오는 길에 독일에서 온 학자 크리스티나라는 여자분과 얘기를 했다. 12월 중순부터 2월말까지 이곳에서 연구 하기 위해 온 조직 신학 박사다. 짧은 대화였지만, 약간은 신선한 충격이여서 몇 자 적어 놓는다.

크리스티나는 1999년에 이미 조직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교수냐고 물었더니, 아직 아니란다. 되기를 희망하지만.....다른 분야도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크리스티나에 의하면, 독일에선 교수직을 지원하기 위해선 두번째 박사 학위를 취득해야 한단다. 그런 다음 책을 2권 출판한 다음에야 교수직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자기같은 사람이 50명 있는데, 한 해에 3명 정도만 교수직으로 선발이 된단다. 그래서 교수 되는 것이 무지 어렵다고 한다. 와....그래서 독일 신학의 깊이가 있나보다고 했더니...과거에 그랬었고....이제는 전통에서 좀 더 벗어나야 할 거라고 말한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되어서 교수가 되면 학생들은 참 좋을 것 같긴 하다. 교수가 되려고 하는 사람은 무척 힘들겠지만....

이번 학기에 강의를 하시는 어떤 교수님은 박사 학위가 3개인 분이 있다. 철학 박사, 심리학 박사, 신학 박사....

내가 지난 학기에 배웠던 한 교수님은 박사 학위 논문 주제가 shame (수치심, 창피함....)이었다. 만약 내가 10살 안팎의 어린아이였을때, 어떤 박사님의 전공이 창피함에 대한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면, 잘 이해를 못헀을 것이다. 10살배기 어린아이에겐 너무나 친숙한 감정인 창피함...그 창피함에 대해서 뭐 그렇게 할 말이 많을까....하고...그리고 무수히 많은 인간의 감정 가운데, 그 감정 하나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몇 년 동안을 보내다니....내가 어렸을 적에는 절대 이해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사람이 공부를 해 가면 해 갈수록, 많~은 것 중의 일부 밖에 커버를 못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야 중에 한 분야, 그 안에서도 어떤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만 진정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특정한 주제를 연구함에 있어서도 또한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한 주제에 대해 논문을 쓰고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 가운데, 그 주제를 연구하다 보니까 '내가 이런 면에서 부족하구나' 생각하면서 그 부족한 것을 공부할려고 하다 보니, 두번째 박사 학위를 얻게 되고, 그 것을 공부하다가 또 부족함을 느껴서, 세번째 박사 학위를 얻고.....하는 것 같다. (그냥 내 생각에....) 

책 읽고 연구하고 글 (또는 책) 쓰고....그 모든 게 다 훈련인 것 같다. 독일은 그 훈련을 더 빡빡하게 시키는 것 같고.....암튼....도서관 오는 길에 만난 독일인 크리스티나와의 만남 후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잠시 적어보았다.

내일 모레부터 새학기 시작이다. 미리 책을 읽고 있는데.....아....또 딜레마를 느낀다. 진도를 내어 빨리 읽으면 세부 사항 하나하나를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명확하게 이해하면서 읽어나가다 보면 읽는 속도가 느려져서 그 주에 읽을 분량(뭐, 교수님들도 학생들이 읽기 숙제를 다 해 올거라고 기대는 안 하신다고 하지만....)을 다 못 읽겠고....서론, 1-4장, 결론 까지 있는 책을 이제 1장까지 읽었다. 4장까지 언제 다 읽고 독후감 쓰지....

언젠가 호주에선 목회 상담학에 관한 책, 한국말로 번역된 책을 읽었는데, 오히려 번역본이 더 이해가 안 갈 때가 있는 것을 절감하면서 읽었었다. 저자가 쓴 글의 내용 뿐만 아니라, 번역가가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번역을 했는지 까지도 생각하면서 글을 읽어야 하니까, 더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 영어로 읽으면....? 그냥 그 저자가 쓴 본문 자체랑 씨름하면서 이해하면 되니까 오히려 더 나은 점은 있지만, 역시, 외국어로 된 책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독일 사람 크리스티나와 얘기한 내용이란 상관은 없지만....그냥 지난 번에 찍어 두었던 사진이 있기에 올려본다. 나의 독일인 친구 로라...지난 성탄절 연휴 기간 때, 우리 층 친구들은 모두들 다 집에 쉬러 갔고, 로라랑 나랑 둘만 우리 층에 남았었다.

나이는 22살 (아마 한국 나이로는 23살?....한국은 해가 바뀌면 집단적으로 다 나이를 한 살씩 먹지만, 서양 사람들은 자기 개인의 생일 날짜에 따라 1살씩 먹는다....작은 부분이지만, 개인에 대한 동서양의 이해가 나이 계산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이지만, 생각은 무척 성숙한 친구이다. 독립심도 강하고 씩씩하고....그래서 늘 활기가 느껴진다.
 암튼...성탄절 날 예배 드리고 온 후, 우리 층 지하에 있는 주방에 가서 짜파게티나 끓여먹을려고 지하 주방에 내려갔는데, 로라가 이렇게 요리를 하고 있었다. 나랑 같이 먹을려고 요리를 하고 있었단다....(으흑...감동....)
로라가 만든 요리....이름은 없고, 그냥 각종 채소를 올리브 기름에 볶았다고 한다. 맛있었다...
이렇게 스파게티 면 위에다 올려서 함께 먹었다.
가끔씩 신기한 생각이 든다. 언젠가 미래에 어디선가 다시 만나면, 함께 공부했을 때의 기억과 즐거운 추억들을 얘기할 외국인 친구가 많이 생겼다는 것이....사실 호주에선 이렇게 지속적으로 만나고, 뭔가 얘기하고, 고민을 나누고....그런 외국인 친구는 거의 없었다. 그냥 친구라기 보단 아는 할머니, 할아버지 정도....

그런데, 이 곳에선 외국인으로서 생활하고 공부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과 고민을 나누고....언젠가 미래에 다시 만나게 되면, 즐겁게 회상할 수 있을 로라같은 친구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독일인 신학자 크리스티나와 만난 것을 계기로 글을 올렸는데....으흑 또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네.....아...블로그는 역시 시간을 많이 잡아 먹어...그래도, 내가 사는 얘기, 내가 느낀 것을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나눌 수 있는 참 좋은 수단인 것 같다.
by 복있는사람 | 2008/01/27 08:07 | Blessings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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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남편 at 2008/01/28 22:53
여보, 이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겠네. 치열한 전투에 나서는 군인처럼 다부진 마음 먹고 시작해야 하겠지만, 모든 순간 순간이 다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허락하신 귀하고 아름다운 시간이라는 걸 기억하면서 잘 견뎌나가길 바래. 지난주일에도 교회 성장로님께서는 나와 당신을 위해 간절하게 기도하셨어. 당신을 위해 기도로 후원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는 게 참 감사하지. 힘내! 하루 하루가 연결되어서 벌써 해가 바뀌었잖아. 좋은 일이 있을거야!
Commented by 은아 at 2008/01/29 22:14
정말 오랫만에 블로그에 왔네요^-^
이모, 저는 요즘 너무나도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어요.
제가 굉장히 예민하고, 신경질 적이고, 우울하고, 짜증내고 그랬거든요?
이모도 아시죠? ^^; 저도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고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며칠 전에 그것을 놓고 기도하다가 마음에 사랑이 가득 찬 느낌이 들었어요. 그 당시 예은이랑 별 거 아닌 거 제가 짜증내서 한바탕 싸우고 잠에 들기 전에 기도 하고 있었어요. 기도하면서 가슴이 따뜻해졌어요. 그래서 예은이에게 먼저 사과를 했어요. 사실 제가 가족과 다닐 때도 맨날 외톨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 언제나 남들이 잘 해주기 만을 바랐고, 내 잘못은 없는데 남들이 오해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공부를 안할 때도 저를 강박관념 속에 밀어 넣어서 행복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저를 바꾸니까 모든 게 바뀌더라고요^ㅁ^ 오늘도 엄마랑 예은이랑 셋이서 행복하게 쇼핑했어요. 엄마가 수술하고 아직 완전히 회복 된 건 아니라서 힘들었을 텐데 엄마가 말씀하시기를 제가 바껴서 힘이 들지 않다고 하셨어요. 이모,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해요.. 이제 고1이 되니 힘든 일도 많겠지만 다 기도하면서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모, 이모도 남은 몇 개월 동안 힘드시겠지만 또 그만큼 행복하세요^ㅁ^ 이모 많이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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