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고 준비하며....

학기말 페이퍼 내느라고 새벽까지 밤 새워서 공부하던 생활 패턴이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질 않았다....다음 주 월요일부터 새 학기가 시작되고 그와 더불어 전투가 다시 시작되는데...아직까지 새벽 늦게 쯤 되어야 잠이 오곤 한다. 게다가 어제는 새 학기에 들을 4과목 중 3과목의 안내서를 받았는데....와...걱정이 되어서 잠이 더 오질 않았다.

지난 학기보다 훨씬 더 할 것은 많고, 기간은 짧다. 졸업식이 5월 20일 경에 있는데, 졸업생들은 모든 과목 숙제 내야 하는 날짜가 훨씬 더 빠르게 잡힐 예정인가 보다.... 그래도 지난 학기엔 남들 노는 성탄절 연휴 때 공부하고 숙제할 수 있어서 그나마 겨우 내 마음에 흡족한 기말 페이퍼를 냈는데....이번 학기엔 그런 시간이 별로 없어서 쫌 걱정이다. 아니 많이 걱정이다. 4과목이 다 너무 힘들겠다....더욱 걱정은 그 중 2과목은 소그룹 활동이 많고, 묻고 대답하고 ...그래야 되는 게 많아서 더욱 힘들겠다. 말이 딸리다 보니....

그래도 어쩌겠어....겁내지 말고 하는 수 밖에....사실 겁 내면 맞서야 하는 대상이 실체보다 더 커 보인다.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거나 그래도 노력하면 할 수 있는 것들인데, 겁을 냄으로써 실체보다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지나고 보면 더더욱 별것 아닐 테니..뭐.....그냥 다시 열심히 하는 수 밖에.....(그래도 몸이 아직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질 않아서....좀 염려가 되긴 한다. 잘 먹고 이겨야지!)


지난 학기 내내 각 과목마다 프린트물을 많이 받았었다. 처음부터 폴더를 만들어서 잘 분류하고 정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더니, 계속 쌓여만 가고, 4과목 프린트물이 다 섞여 버리고, 내가 만든 문서들까지 합세하여....프린트물 더미가 많~았었다. 그동안 학기 중 짬 시간에 정리해야지 몇번 마음을 먹었었지만, 수업 준비하고 페이퍼 쓰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오늘 드뎌!!! 모든 프린트 물을 다 분류하고 제본 많길려고 정리했다. 마음이 얼마나 가볍던지....

오늘 하루는 정리하느라 시간을 거의 보낸 것 같다. 프린트물 정리하고, 책꽂이 정리도 하고, 책상 서랍 정리도 하고, 빨래도 하고, 컵도 다 씻어 놓고, 방도 정리하고, 청소기도 돌리고, 쓰레기 정리도 하고.....아! 그동안 빌렸던 책도 다 반납했다. 큰 여행용 가방으로 한 가득....ㅋㅋ

요즘엔 학교에 사람들이 거의 없이 조용한 편이다. 학교 식당도 아침, 점심만 제공하고, 이번 한 주간은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한다. 그동안 학교에서 밥도 주고....참 감사했는데.....

어제 새 학기 등록금 걱정하는 미국인 1학년 친구를 보았다. 또 다른 친구는, 마음 속으로 혼자 좋아하던 남자 아이가 다른 여자 친구랑 데이트를 시작했기 때문에 무지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지금도 계속 힘들어 하고 있고.........외국인인 나는 영어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영어 잘하는 미국인 친구들이 마냥 부러웠는데......다들 자신만의 문제로 고민하고 걱정하며 살아간다. 모든 사람의 삶에 자기만의 힘든 일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 가끔 자기 문제가 제일 크다고 생각하며 살아갈 때가 많은 것 같다.

나도 허걱대며 힘들게 지내고 있고, 그냥 하루하루 말씀 읽고 찬양하며 그 힘으로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데, 나랑 같이 잘 다니는 타이완 친구는 자기만 힘들게 지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 친구는 자주 나에게 "너는 별로 안 힘든 것 처럼 보인다"고 말한다.....뭐....남들 눈에 띄게 힘들어 보이는 것보단 잘 지내는 것 처럼 보이는게 나쁜 일은 아니지만.....내가 이래저래 힘든 일이 있었다고 말하면, 전혀 그렇게 안 보였다고...그래서 자기는 자기만 힘든 줄 알았다고 얘기하는 적이 많다. 

각자 자신의 문제가 제일 힘들어 보이고 커 보인다. 그렇지만, 자기 삶의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보면 다른 이들도 나와 똑같이, 오히려 나보다 훨씬 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감사하면서, 나랑 똑같이, 아니, 나보다 더 힘들어 하는 누군가를 조금만 생각하고 배려해 줄 수 있고 따뜻한 마음을 전하며 작은 힘이 되어 줄 수 있으면, 그 하루는 의미가 있는 삶인 것 같다.

오늘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첫 찬양의 후렴구가 생각난다. "Make me a blessing to someone today (오늘 누군가에게 내가 복이 되게 해 주세요!)"....그래, 그냥 매일 누군가에게 복이 되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ㅋㅋ...좀 전에 남편과 통화했었는데, 남편이 내가 다음 학기를 걱정하니까, '다들 힘들게 살아. 그러니까 감사하면서 열심히 해' 한다......)

이건 기숙사 내 방문을 찍은 사진....친구들이 가끔씩 제일 구석에 있는 내 방....문에 붙은 사진을 보러 오기도 한다.
내 방 바로 옆에는 스테파니라는 1학년 친구가 살고 있다. 재밌는 것은 내가 사는 기숙사는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서, 1815년 쯤에 지어진 건물인데, 그당시 노예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노예들이 쓰는 방이 있다. 공부하러 온 주인 방은 크고 함께 시중들러 온 노예 방은 작다. ㅋㅋ 내 방은 노예들이 쓰던 방이다. 그래서, 작다. 객관적으로 보면 전혀 작지 않지만, 옆 방의 스테파니 방에 비하면 작다. 그래도 이건 좀 양호한 편이다.
내 방 옆으로 이렇게 복도가 길게 있는데, 바로 옆 에 있는 두 개의 방 사이엔 아예, 복도 쪽으로 난 문 외에도 주인의 방과 노예의 방을 연결하는 문이 있다. 그것도 주인들이 쓰던 방 쪽에서만 잠글 수 있게 생겼다. 모르지...옛날엔 또 모양이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내 방은 2층 복도의 이쪽 제일 끝 쪽에 있다. 복도 양 쪽으로 방들이 주로 2개씩 모여 있다. 큰 방 하나, 작은 방 하나... 옛날 식으로 말하면 주인 방 하나, 노예 방 하나.....음....이곳에 있으면서, 아주 조~금은 뿌리 깊은 흑백 갈등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 암튼....그 옛날의 생활의 단면을 보여주는 우리 기숙사의 모습이다.
이 곳은 다른 기숙사에는 없고, 또 우리 기숙사 건물에서도 우리 층에만 있는 장점 중의 하나인 곳이다. 오라토리라고 불리는 곳인데, 영어 단어의 의미는 작은 예배실 정도의 뜻이다. 아마 옛날에 이곳에서 예배를 드리곤 했었나 보다. 지금은 박사 과정 학생들이 주로 시험을 보곤 하는 장소이고, 대부분의 시간 동안엔 우리 층에 있는 학생들이 그룹으로 공부하고 대화하고 파티를 하고...뭐 그런 용도로 쓰인다.

오늘 오라토리에 들어가 보니, 저기 앞에 걸려 있는 남자분의 초상화를 옆 쪽으로 옮겨 놓고, 대신 그 옆쪽 벽에 걸려있던 프린스턴 신학교의 최초 여학생 초상화를 누가 저 자리에다 걸어놓은 것을 발견했다....그래서 혼자 웃었다. 이곳에선 글을 쓸 때도 하나님을 아버지로만....즉, 남성 대명사로만 쓰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글을 쓸 때 가끔씩 조심하는 편이다.
내 방 벽에 붙어 있는 주영이와 주아 사진...한국에서 사진을 가져온 게 하나도 없어서, 좀 아쉽게 여기고 있다가, 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사진들을 칼라 프린트로 뽑아서 붙여 놓았다. 가끔씩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더더욱 그리움이 밀려와서 힘들 때가 있지만, 그리움 때문에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열심히 공부하고 잘 끝내서 기쁘게 상봉할 날을 그리면서....

허걱....빨래 돌려놓고 기다리면서 블로그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또 넘 시간이 많이 갔다. 내일은 글 쓸 때 필요한 엔드 노트라는 컴퓨터 프로그램 무료 강좌가 있는 날이다. 신청을 해 놓았는데.....얼렁 정리하고 일찍 자야 겠다. 오늘은 잠이 금방 들었으면 좋겠다.....
by 복있는사람 | 2008/01/22 13:30 | Blessings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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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정은영 at 2008/01/26 01:32
안성아, 나도 요즘 잠을 통해 쌓인 피로를 해결하고 싶은데 영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ㅠ.ㅠ 너 사는 모습 엿보면, 어려운 가운데서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여러 자원 (지적, 정서적, 예술적, 환경적..)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별로 걱정이 안 되네.^^ 어쩜 타이완 친구도 그걸 눈치챘는지 모르지...
봄학기도 잘 해낼 수 있을거야. 아무래도 어플리케이션도 끝났고... 좀 더 즐기면서 할 수 있지 않을꽈??
Commented by 복있는사람 at 2008/01/27 08:24
은영아...격려해 주어서 고마워....늘 허걱대고 있는데.....건강 조심하고, 셤 준비 잘 해라. 음....Mothers can do, especially a mother who was praised at the delivery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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