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의 끝을 보며...
터널의 끝이 보이고 있다.
어제 드디어, 마지막 페이퍼 두 개를 제출했다. 
하나는 지난 번에 해 두었기 때문에, 마지막 한 개에 온 힘을 쏟았었다.
하나는 20페이지 짜리, 또 하나는 25페이지 짜리...

마지막 페이퍼는 "의료윤리" "죽음학" "안락사" 와 관련된 것이었는데....정말 힘들었다.
뇌와 관련된 의학 용어 뿐만 아니라, 식물 인간 상태부터 시작해서 뇌 관련 질병들과 증상들을 알아야 내가 나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었다. 게다가 1970년대 부터 일어난 안락사 관련 법률 사건들의 내용들까지 알아야 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덕분에 어제까지 8개의 흰 머리를 뽑았다.  
매일 3-4시간 자면서, 하루에 10-15시간씩 시간을 투자해야 했었다.
내 생애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적이 또 있었나....싶을 정도로 밥먹고 공부만 하고 있다.
그렇게 해도....내고 나면 늘 실수와 오류들을 발견하곤 한다.

지금도 역시 도서관에 있다. 페이퍼는 아니고 글을 쓸 일이 있어서....
암튼, 내일까지 글을 쓰고 나면, 이번 학기는 완전히 끝난다.

슬슬 다음 학기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첫 학기 시작 전엔, 한 학기가 끝난다는 것이 이리 힘든 줄 모르고...그냥 쫄아서 멋 모르고 열심히만 했는데, 한 학기를 지내고 나니, 다음 학기에도 이렇게 버틸 힘을 낼 수 있을까....그냥 걱정이 된다. 마치, 주아의 출산 예정일이 다가왔을 무렵, 출산의 그 고통을 내가 또 겪어야 할 것을 생각하면서 슬슬 걱정하기 시작했던 것 처럼.....

암튼....다음 학기는 28일에 시작된다.
이모가 볼티모어에 계시면, 이모네 집 가서 쉬고 오려고 했는데, 이모는 지금 캘리포니아에 있는 영경이네 집에 계신다. 그냥 기숙사에서 짬짬이 쉬면서, 영어 말하기/듣기 공부나 열~씸히 해야 겠다. 정말 푹~쉬고도 싶지만, 영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워낙에 커서, 푹 쉬는 편보단 차라리 다음 학기를 위해서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는 편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 

지난 번 크리스마스 파티 때 신대원 1학년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다. 제일 가운데 초록색 스웨터를 입은 친구는 로라라는 친구이다. 초등학교 4-5학년 때부터 점점 시력을 잃기 시작하더니, 고등학교 때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고 한다. 그런데, 늘 열심히 공부한다.

로라가 읽고 싶은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스캔 해서 컴퓨터 파일로 보내주면, 로라의 "똑똑한 컴퓨터" (내가 그렇게 이름 붙여 주었음)가 문서로 된 내용들을 음성으로 전환시킨다. 그래서, 로라는 책의 내용을 "들으면서" 공부한다. 그리고 학교 채플 시간에는 로라를 위해 그날 부를 찬송가와 순서지가 점자로 제공된다. 식당에서도 로라는 메뉴를 보고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인터넷으로 메뉴를 알아놓고, 선택해 놓으면, 식당에서, 로라가 올 시간에 도시락으로 미리 만들어 놓는다. 로라 한 사람을 위해 학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도 놀라고, 로라의 밝고 열심히 사는 모습에 항상 놀라고 자극을 받는다. 로라는 가끔씩 이메일도 잘 보내고, 친구들과도 참 잘 어울린다.

마지막 페이퍼를 쓰는 동안, 정말 힘들긴 했지만, 배운 것이 많았다.
뇌의 기능들을 다시 공부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많은 케이스들을 읽게 되면서, 내가 보고 말하고 듣고, 인식하고, 숨쉬고, 피나 모든 것들이 순환하고, 움직이고, 밥을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그 하나하나가 얼마나 기적이고 놀라운 일인지 깊이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삶이 더 감사해졌고, 내가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얼마나 많은 기적들이 내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셨는지 정말 깊~이 생각하며 감사하게 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적의 집합체이다. 아마도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이미 나의 삶에 주어져 있을 것이다. 인생은, 하나님께서 이미 주신 것들을 찾아 내며 더 많은 감사와 찬양을 "돌려" 드리는 과정인 것 같다. 장경철 목사님이 그랬지...감사란 받은 것을 받았다고 얘기하는 것이라고....하나님께서 주신 것이 참 많은데, 나의 무지로 발견하지 못하고, 그래서 감사하지 못한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오늘도 또 잘 찾아봐야 겠다.


by 복있는사람 | 2008/01/16 06:11 | Blessings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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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 정 섭 at 2008/01/16 22:09
하나님의 딸 에게
힘든 공부를 하느라 넘넘 고생이 많구나 부족하지만 너의 건강과 감당 할수
있는 힘을 주시라고 기도를 하고 있단다.
그래도 외국에 가서 공부를 할수 있다고 하는 것 참 장하지 !
자라며 너희들의 뒤를 이을 조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며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회이기에 감당할수 있는 힘을 주시라고 믿는다.
이렇게 공부를 할수 있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지만 제일 가까이에서
뒷 바라지로 힘을 주시는 엄마의 힘이 크다는 것 잊지 않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주영이를 맡아 키우는 큰 언니와 형부에게 감사한 마을을
잊지 말고 고마움의 뜻을 가끔 바뿐 가운데서도 전하기를 바란다.
세상의 일은 끝이 없는것 힘을 내서 감당하기를 바란다.
Commented by 최세나 at 2008/01/19 15:27
안성아. 오늘 은영이 덕분에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두 나누고 즐거웠어..
페이퍼 쓰느라 고생많았지? 나두 뱃속에서 답답하다구 (내 생각엔..) 발길질하는 아가를 느끼면서 책상에 앉아있는것이 쉽지가 않아서였는지.. 마지막 페이퍼 내구나니까 그냥 감사하기만 하더라구.. 너의 글을 읽으니.. 다시 출산의 두려움이 몰려오는듯..ㅎㅎ 그래두 먼저 애기 낳아본 선배들이 주변에 있으니 도움이 된다..
영어.. 풀리지 않는 숙제.. 아마 다음학기는 이번학기보다 더 발전된 너의 모습을 만나게 될꺼야.. 열심히 잘 감당하리라 생각하구.. 기도할께..
심심하면 언제든 이 아줌마를 불러..^^

3434 06288! (세나세나 영육이팔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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